MY KOREAN POEMS

ENARO's Poems13(독도/교실 풍경/커피를 마시며/회상/울진 가는 길)

ENARO 2008. 5. 21. 20:59
 독 도(獨 島)


그게 어디 한 점 섬이더냐

온통 그리움 투성이다

너무 크고 진해서

발 디딜 곳 없는 우리 고향이여라


행여 상채기라도 날까

꿈결에서도 새까맣게 애태우는

너, 나, 우리의 조상님 애기더라


도둑놈이 역사를 훔치던 그 날부터

우린 덩치로만 살 것을 강요당했다

하여도,

결코 지울 수도, 잊어버릴 수도 없는

우리 터,

아메리카의 약 40배되는 섬


아, 이제

그 섬을 처절한 황혼이라 불러라

처절한 만큼 붉게 타오르게...

                                2001, 10, 27.

당신은 쪽발이놈들이 독도와 당신의 집, 둘 중에서 하나를 내 놓으라면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저는 저의 집을 주겠습니다. 하지만 그 놈들은 독도를 거점으로 저의 집을 도둑질하러 할 것입니다, 언젠가는. 그 땐 36년이 아니라 영원이라는 세월을 그놈들에게 저당잡혀야 할 지 모릅니다. 뺏기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우리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교실 풍경

 

요놈들 수능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

정확히는 모르겠고

여하튼 얼마 안 남았다,

내 쉬게 될 날이


“풀어지면 안돼”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야”

“남은 기간 동안 나도 같이 공부한다, 1.교.시.만.”


자율학습 감독하러 들어와 있다

한 놈, 한 놈 눈짓해 보고 - 후, 70분이지 -

중간 쯤에 또아리를 틀어본다

‘에고, 자리가 왜 이리 좁아’

‘새벽부터 밤까지 이 섬에서 지낸거야’

‘나는 늘 저기 서 있어서 몰랐구나’

‘집에서도 편히 못 앉고 못 누웠을텐데.’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63 페이지 째

상준이, 효은이, 동명이, 새로온 현탁이... 아니 반장도..

엎드려 있다, ‘생각이 깊은 놈들인데’

‘내도 이렇게 참고 있는데’

‘혹시 내 하품하는 마음을 본 거 아냐?’

천상병님 아이같은 얼굴로 벌개진다


이 곳 소풍도 얼마 남지 않았어

정확히 11일 남았어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해야지, 이 사람들아’


“가서 어깨나 좀 두드려 주어야 겠다”

                                           2001, 10, 26.

   

 

커피를 마시며...


서른 네 살 배기 둘 술자리

친구에게 보내는 말

“너 커서 뭐 할 거니?”

광수생각이 내 생각

마냥 떠날 준비를 하면서도

내 안에서조차 떠나지 못하던,


감옥 창살 너머 까마귀와 젊은 죄수

“너, 왜 여기 있어?”

“어릴 적에 걷지를 못했어.

 걷기 위해 다리에만 용썼어.

 가야 할 길을 보지 않았지."

광수 생각이 내 생각

늘 떠날 채비를 하면서도

가슴에 별빛 점만 콕콕 찍던,

 

고개를 드니

8층 유리 액자 속

도시 색깔이 너무 곱다.


                 2001, 11, 2.

 

  회 상

 

나 대학 다닐 적

고속터미널에서

당신 평생의 지갑 속

에서 몇 달을 숨죽이다

"니 꼭 필요할 때..."

목멘 음성 올올이 타고

30여년 노동의 굵은 손마디

불덴듯 넘어오던,

꼬깃꼬깃 8겹으로 접힌 만원 짜리 2장.

'탁주 대신 물 한잔,

 끼니는 두 끼면, 허허..'

내가 소주 마시고

내가 밥 사 먹었네.

목도 메이지 않고

노래도 불렀지, 아마.


아들놈이 넷이라며

보기만 해도 '하하' 하시던

당신,  마지막 고개를 넘던 날,

입술, 혀가 꼬이고

심장이 '꽉꽉' 막히던 날.

후레자식 큰 놈은

만원 짜리 2장에 '히히' 거리며

평생 제 목을 조우고 있었네  


당신 깊숙한 옷 안감에서

당부의 글 몇 귀절 쪽지와

소풍가실 여비 넣어 둔 통장,

뜨겁게 삶을 건네주고 계셨네 

'허허' 웃음이

'하하' 웃음이

평생 당신의 가슴속

꼬깃꼬깃 만원 짜리 2장

절절한 눈물이었음을   

거룩한 행복이었음을

그리하여 영원한 나의 당신임을...              

                                      2001, 11,17.

 

울진 가는 길


영덕을 지나


바람 따라 울진 가는 길.


산마다 너울너울 춤을 추고


바다는 화알짝 웃음 토하네.


매끈한 오징어 말리는 내음,


장닭은 소리소리 객을 청하고


기다리는 이 없어도


마냥 좋아라.


갈매기 벗삼아


울진 가는 길.



                  2001,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