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OREAN POEMS

ENARO's POEMS 15(겨울운동회/현이를 보내며/어느 봄날2/시를 태우는 것은/

ENARO 2008. 5. 21. 21:05
 

겨울 운동회


                      -솔트 레이크 시티 동계 올림픽에 부쳐-


오색 


그 찢어진 깃발 사이로


하얀 


새 한 마리 떨어지고 있었다


툭 


또 새 한 마리 떨어지고 있었다


쿵 


                    2002, 3, 2.




이를 보내며


기사년 이월 마지막 날

네가 없구나

우리 살던 晋州에


비는 어제부터 깊이 뿌리고

낯설은 강원도 여관방에서

너는,

그리하여 나는

신열에 온 몸을 떨고 있다


흐르는 시간만큼

내 머리는 무거워지고

담배만 연신 과거를 주억거리고 있다


조금 후면

너는 강원도 사수의 영원한 군주

너의 눈으로

네 주먹으로

네 모든 사랑하는 이는 편안한 밤을 이루겠지


네 총부리는 불의의 표적을 향한 채

너는 모두의 가슴속에서 살아 있겠구나


하지만 지금은

기사년 이월 마지막 날

네가 없구나

이 조그마한 자유에도


어제부터 줄곧 비는 내리고

鉉아

울지도 못해

가슴이 시린 나는

네 이름만 하늘 가득

메우고 있다


鉉아

鉉아

나의 사랑아

부디 무사히 돌아와 다오.


                                         1989, 2, 28.

                                   첫째 동생을 군에 보내며

    

 

 어느 봄날 Ⅱ


꾸깃 꾸깃 목이 아프다

사월이 오면

눈먼 사람끼리 여행을 떠나자고

모였던 계군들이 각자 돌아가 버리고

목젖이 붓도록 소리치는 다리를 건넌다


강은 강이 아니라 하는데

강이라 하고

산도 산이 아니라는데

산이라 한다


힐끔 쳐다 보기엔 너무 고운 다리

허벅지 옷깃을 슬쩍 봄비에 끌어 올렸다

유혹하는 아랫도리, 네 고운 맨살

잡지에 날 일이다

나를 집어 삼키는 어느 봄날


                  1999, 3, 20.



  詩를 태우는 것은


무릇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사는 이유를 어디에다 묻을까

간혹 기차를 타고 산내 나고 물내 좋은 도처를 뒤적여도

미련 없이 살아갈 방도는 구해지지 못하고

마냥 제 자리로 되돌아오는 되돌아오는

그저 살아가는 변명을 어느 구석 자리에다 숨길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 얘기를 밤새도록 나누면

비릿한 내 싯귀를 버릴 수가 있을까

한적한 자정의 포장마차에서 담배 연기에 쌓여

내 사는 이유로 몽땅 술을 마시고 또 마시면

그늘진 매장터라도 내게 보여질까

비를 맞으며 하늘에다 소리소리 울어대면  

누구의 가슴에도 한 오라기 不純도 없이

사라져 줄까, 마치 전설처럼

불현 듯 협곡을 지나 정수리에 회오리치는 바람

폐부에 구멍을 내는 생명 그 흔들림없는 우주

활활 태우는 것이야말로    

재마저 태우고 또 태우는 일이야말로

나의 자궁에 다시 詩가 잉태되는 것임을.......


                                                 1989, 7,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