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Ⅱ
봄엔 혼자여선 절대 안 된대
다 큰 사람에게서 편지가 오고
봄이니 내려오라는, 편지가 오고
알았다고 답장을 두 통이나 하고
하루하루 지워 가는 달력 빗금
봄은 위대하여 우리가 다시 나려나
화알짝 붉히며 이내 다가 선 봄, 봄.
1989, 4,11.
詩
그를 만났다.
지독한 바람이 불었다.
발가벗고 드러눕고 싶었다, 반듯이
바람은 누군가를 데려가기를 원했다.
찰나, 나는 엎드리고 말았다.
강물은 귓전을 후렸지만
나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늘 그랬듯이
삶에 심장이 데이고 있었다.
가슴을 벌떡였지만
늘 그랬듯이
활활 세월만 비속에 타고
그는 가슴을 딛고 사라지고 있었다.
2002, 7, 6,
라마순 태풍이 관통하던 날, 새벽 4시
세 상 살 이
아, 글을 쓴다는 사람과의 섹스는 괴로웠다.
글을 읽기만 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그냥 죽고만 싶었다.
아, 그러나
글을 읽지도, 쓰지도 않는 사람
입맞춤마저...
나는 춤추고 있었다,
나는 날고 있었다.
2002, 9월 어느 하루
원정 출산
-자살은 사치스런 유희에 불과하다-
자정도 지난 실비집에서
친구들은 자살의 양면을 이야기하고
나는 인간에 의해 태어나
인간에 의해 타살당한 LA산
소고기를 질겅질겅 씹으며
놈을 위해 단조 한 가락 뱉어내고 있었다.
2003, 9, 19.
사 랑
아우성, 치미는, 끝내 허우적거리는
네온사인속에서도, 너는
노래한다
나는 술만 마신다
울먹, 울렁 대는
밤강물의 구토에, 너는
더욱 깊게 흐른다
나는 눈만 감는다
200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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