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OREAN POEMS

ENARO's Poems12(전당포에서/여행/연필을 깍으며/낙엽/오색감옥)

ENARO 2008. 5. 21. 20:54
 

전당포에서..


똑.똑.똑

계십니까?

아무도 없나요?


(급한데...)


문이 열린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미소만 번져 나온다


-뭘 잡힐건가요-

-저..., 저 좀 저당잡아 주세요

 제발 저 좀 금고안에 보관해 주세요-


소리는 들리지 않고

다시 미소만 번져 나온다


-대신, 뭐가 필요하지요-


이 가을 지나면

다시 찾으러 올께요

놀빛 산이랑

아침여는 햇살 좀

빌려주세요


꼭, 내안의 나를 찾아 올거예요


                          2001 , 10 , 12 .

 

 

 여   행

 

오늘도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야


하루에도 서너번씩 쳐드는


악마의 고개


훌쩍 떠나고 싶다


벌겋게 부어오른 산이나


퍼렇게 멍이든 바다로 가


가슴에 찌릿,


흉터 하나 새기고 싶다


                        2001 , 10 , 12 .


 

 

연필을 깍으며


마음을 깍으며

‘생명’ 하는 소리에, 창 밖

잎사귀 하나 하늘로 간다


깍을수록 드러나는

속살이 곱다

고울수록 침이 고이는 건...


여태껏 머무르는 습관 탓일까

추억도 기계로 쓰여지는 세월 탓일까


“과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거라“ 하늘가신 아버님 말씀

네가 나일때 세상은 에나로 아름답다


쫑긋

솟아나는 검붉은 ‘생명’

창 안, 어머님이 나를 깍는다


                           2001 , 10 , 16 .

 

 

 

  낙  엽


Ⅰ더러이 누리느니

  차라리 가리이다

 

  꼬리로 지어 지어

  구태여 사니보단


  차라리 무디어보면

  그게 아니 좋으오


Ⅱ스르르 흐르니다

  저무는 고개 너머


  억새로 지은 집이

  보기도 정겹구요


  거기에 방문 밀치면

  등불 애기 고웁소


Ⅲ기워서 다 닳아도

  이대로 누리리다


  다시금 밤이 오고

  입가에 달이 서려


  향긋이 손짓한 대도

  벗기운 채 살리다


          1985 , 10 , 22 .


 

오 색 감 옥


바닥은 시꺼먼 흙빛이었다

천정은 겨울행 잿빛이었다


앞에선 빨갛게 숨을 막고

뒤에선 하얗게 침을 삼켰다


左로는 노란 물이 불어 나고

右로는 거의 반만큼 벌어진 틈새로

人間의 무리,


꽉 물린 채

꿈틀거리며 짠 물만 삼키고 있었다


살빛 창으로 누더기 빛 한 줄기

스며들고

그 빛을 마시는 이는 없-었-다.


모두들 죄가 없다고 그랬다

나는 빨간 죄를 짓고 엉켜 있었다


오색 감옥 그 안에,

오색 감옥 그 안에,

그 오색은 우리 모두의 테두리였다



                       1987 , 11 ,29 . 지음

                       2001 , 10 ,22 . 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