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나를 옮긴다

ENARO 2011. 2. 25. 00:01

2011년 2월 24일, 내가 태어난 지 44년째 되는 날이었다.

어제 막내네는 케익을 주문해 보내오고,

성연이는 이사짐 정리하느라 바쁜 와중에

생일상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부산을 떨었다. 고맙다!!

희석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아빠! 생일 축하해요!"하며 멋적은 듯이 거실로 나간다.

요즘 부쩍 철이 든 것 같은 느낌이다.

지훈이는 어제부터 먹고 싶었던 케익이 아빠가 사십 네 살이 되는 것 보다 더욱 큰 의미를 지니는 것 같다^^

학원생들이 말한 대로 자세히 보니 우월한 유전자인 것 같기도 하다. 구엽다^^

가휘는 일어나서 오늘따라 부쩍 올된 몸짓을 보여 준다.

어제 예방 주사를 두 방이나 맞았음에도 온갖 애교를 다 부린다. 웃고 웃고 또 웃는다, 나를 보고^^

어머님께서 들어서시며 "아들, 생일 축하해!"하신다.

늘 부족한 이 놈이 몸둘 바를 모르겠다.

즐거운 우리들의 아침 식사후,

늘 그랬듯이 가족끼리 저녁이나 한 끼 먹으라며 희석이에게 돈을 건내신다.

언제나처럼 따스하고 포근하다, 어머니의 마음은, 품은...

 

어머님은 가휘 재롱에 연신 함박 웃음이다.

하지만 곧 오늘의 일정을 쫓아 가시고,

우리 다섯은 모두 새 둥지를 향해 길을 나섰다.

 

어머님곁을 고집하다 보니 희석이가 4학년이 되도록 칠암동을 벗어나질 못했다.

그런데 복덩이가 마침내 보금자리 이동을 결정지어 버렸다.

주인 부부네들의 마음씨에 마음 부비며 살았건만,

습기가 심한 탓에 이제사 철이 든 44살박이 아버지로선 용납이 안 된다.

 

첫째, 둘째네가 있는 금산에 보금자리를 틀면 어머님께서도 한 번 오시면

오랜 세월, 이 놈 저 놈 보면서 쉬이 보내실 것 같았다.

결심했다.

오늘 가휘를 햇볕드는 곳에 눕혀 두고, 온 가족이 보금자리를 쓸고 닦았다.

처음 들어설 때와는 달리 제법 사람살 기운이 퍼져나온다.

그래, 이제 다시 나를 옮겨 보자.

 

내가 태어난 지  44해 되는 날, '칠암동 500-12번지', 이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다.  

정겨웠던 곳, 즐거움, 애환, 눈물, 환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2011년 2월 25일, 8시부터 나는 나를 옮긴다, 금산으로, 더욱 어머님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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