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겨울비

ENARO 2009. 12. 10. 20:26

어제부터 연일 겨울비가 세상을 다스린다.

비오면 아직 젊은 기분 내느라 꼭 술자리를 만든다.

오래된 버릇이다.

친구 회구랑 후배 병주랑 '등대'에서 자정이 다 된 시간부터 비를 가리는 대화가 오갔다.

꽤 마셨다.  호무팀 사람들도 함께 자리를 하다 보니 더욱 정감이 오가는 자리가 되었다.

나와서는 회구랑 참새와 방앗간에서 특선 해물 우동에 소주 한 병 더 땄다.

다음에 어머님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한번 꼭 왔으면 좋을 집이다. 맛이 기가 막혔다.

택시 타고 집으로 와서는 괜히 성연이에게 전화를 한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 괜시리  로맨티스트가 되고 싶은 마음에 으레 하는 유별난 짓이다.

전에 딱 한번 성연이가 나와서 예술회관 한 바퀴를 팔장 걸고 돌았다.

오늘은 이 늦은 새벽에 전화해서 나오란다고 원성 투성이다.

 문화 예술 회관 정면 불빛이 너무 거슬린다.

앞 마당에 가서 욕지거리에 고래 고래 주사를 푼다.^^

'인간도 모르는 것들이 무슨 예술이냐고...'

꼭 높은 첨탑에 그 지역에서 가장 화려한 건물을 지어 놓고 하느님과 예수님을 가두는 꼬락서니다.  

저들의 죄를 사하여 주소서.

갑자기 김영명 친구가 보고 싶었다.

갔다. 아직 주유소 문을 열지 않은 모양이다.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6시 15분쯤. 차창 밖에서 친구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며 따뜻한 감잎차를 한 잔 건낸다.

맛있다. 새벽녘 그의 얼굴에서 하루의 희망을 본다.

집으로 왔다. 성연이는 습관처럼 짐짓 태연하다. 홈삼을 세 팩이나 들이마신다.

살 거란다.^^ 양치질하고 그냥 쓰러진다. 일어나니 머리가 띵하다.

오늘은 학원 애들 시험 공부 노고를 위해 치킨 파티를 하는 날이다.

이제 한에듀의 전통이 되어 버린 일, 석호네 가게인 또래 오래와 상부상조하는 일이니

돈은 들어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니 흐뭇하다.

내일, 다음 주 계속 치킨 냄새가 한에듀에 그득할 것 같다.

마음껏 먹고 다음에는 더욱 좋은 공부 습관으로 자신을 사랑할 수 있길 바란다.

내일은 희석, 지훈이 기말 고사일이다.

공부 좀 하는 모양이다.^^

공부가 최고나 최선은 아닐지라도 그 나이나 시간에 알맞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아름답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성철 스님의 금언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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