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이 배 접 기
소실적 가슴으로
종이배를 접다가
접다가 접다가 접다가
심장에 구멍 보다
머리로는 돌아드는데
가슴의 역리
용서치 못한다
"너는 악이 너무 심하느니라"
내게 이르신 눈물 방울
그렇다, 그럴까
그럴까, 그렇다
봄시내를 가는 하양 종이배
그건 이제 접을 수가 없다
시방 속이 시리다
1986. 4. 8.
오늘처럼
더군다나 당신도 머얼리 계실 때면
추억 자락
당신 웃음에
커피 한 스푼
당신 눈물에
프림 한 스푼
당신의 인생에
설탕 한 스푼을
나의 빈 잔에다 넣고
나의 피로 휘휘 저어
한 방울
한 방울씩
마시고 싶소,
사랑 한 잔을
88. 11. 3.
전설 만들기
세상에 공허만 가득한 옛날에
가위 바위 보가 지루하지 않을 만큼
열렬히도 사랑했고 포근했다 하자
그 사랑의 깊이로
여인은 사내를 떠나고
절망의 수렁에서 다시 돌아 온 그 여인을
다시 운명 마냥 사랑했다 하자
-한 번의 배신은 반복을 요구한다.-
여인은 다시 떠나고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골이 생겼다 하자
여인은 세상 돌고 돌며 눈물 뿌리고
사내는 그 눈물 따라 가슴을 찢었다 하자
-배신은 배신일 뿐 진실로 감쌀 수는 없다.-
여인의 눈물은 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고
비밀스런 의혹 모두의 바다가 되고
사내의 가슴은 언덕이 되고, 산이 되고
그리움에 매양 바다 찾는 산이 되었다 하자
1991. 11. 23.
여 름
헉헉대는
여름을 땀수건아래 묻고
어머니들은 얼굴을 판다
하루종일을 팔아도 결국
추억으로도 돌아들지 않을
눈물을 절여, 고기를 팔고,
가슴을 썩혀, 채소를 팔고
팔고 팔아도....
얼마나 자유로워야 자유로울 건가
얼마나 초록다워야
얼마나 붉어야
과연 여름은 익을 대로 익어 시드는 빛깔인 건가
도시는 생활의 자유로 찌들어 사상을 잃고
화안한 비 기다리며 부르르 떠는 산천
나도 비 기다리며 오늘에야 섰다, 모가지가 꺽어지도록
고개를 숙이며
육신을 녹여 휘휘 풀며
남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게
다리는 절고 귀는 꿰어 사는 거라지만
결국 어머니들이 얼굴을 팔아 사상을 사듯
지침 하나로 걸어가야 할 이 내 여름, 무.던.히.도
1996. 7. 14.
無 題
흔들거리며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시선을 떨구며 걷는 거리
푸르게 죽어가는 플라타너스에도
봄은 얄팍하게 걸리고
이젠
눈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
벌레는 과연
작아야만 했던 소망을 가졌었을까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우리 가슴에도 과연
사랑이 가지는 내일은 있는 걸까
시작과 함께 잉태된 고통의 씨는
백지위에 한숨으로 흐르고
생각하는 것만큼 부자유스러운 하루
흔들거리며
이제는
받아들이고 싶다
88년 어느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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