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OREAN POEMS

3 korean poems by Mr. ENARO(아내는 서울로.../담배피우기/오동도의 전설)

ENARO 2008. 5. 21. 17:56

아내는 서울로 갔다


깜깜한 

오늘 새벽

아내는 서울로 갔다


눈을 부비며

임신 칠 개월

허기진 배를 감싸 안고

아내는 

하얀 새벽

서울행 버스를 탔다


대한 민국

자그만 구석 배기 반성에서

스물 일곱 예쁜 세월을

행여 세상에 폐가 될 새라

눈가에 주름 하나 얹지 않던

아내가

아침밥 못 챙겨 미안하다며

내 손 꽉 잡아 눈물 재우며

목적지도 없는 서울행

버스에 쓰러졌다


어느 밤

꿈 팔아 돈 사자며 슬밋

오 백원짜리 복권 내민

내 눈물 언저리

비가 오려나

고랑이나 깊게 파자며

눈동자 땅으로 찍던

아내가

제 몫을 몰라야 살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대한 민국하고도 서울행

버스를 전세냈다


안 된다, 그러지 마라

내 입김을 모아 삼키며

손 모아 배 위로 가져 가던

내 아내가

이제는 아니라며

이제는 안 된다며

주먹 하나 달랑 쥐고

천리 길 아스라한

싸움길에 올랐다


서울은 이 곳보다

배가 더 춥다던데

아는 놈도 모른다는 그 모진 데를

지가 해 보겠다며

시퍼런 

겨울 새벽

깃발 하나

노래 둘

배속에 감추고 갔다

그 모진 곳

대한 민국 서울 땅

대한 민국 구린 뱃속을

울며 절며 찾아 갔다


아내가 임단투를 위해 임신 칠 개월 배를 안고 서울로 향하던 날 새벽에, 이 글은 너 무나 쉽게 쓰여졌음을 고백한다.                 1999. 11. 26.

 

 

담 배 피우기


어느 폐허로

등돌려 앉은

넌센스?

 

늘상, 파란 고독의 포장

속은 비어


죄다

받을 것 같고

줄 것도 같은


햇살 한 자래기 사냥 놀이


                 89, 4,26




In my high school days, I have once been to O-dong Island in Yeo-su. There I noticed a significant rock on which a sad legend had been inscribed. Then, it made me fall in a deep thought.

 오동도의 전설


동백꽃으로 피어난 여인의 순정

멀고 먼 옛날 오동숲 우거진 오동도에

금빛 봉황이 날아와

오동 열매 따서 먹으며 놀았더래


봉황이 깃든 곳에는

"새 임금님" 나신대, 소문이 나자

왕명으로 오동숲을 베었더래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후

오동도엔


아리따운 여인과 한 어부가 살았더래

어느 날 도적떼에 쫓기던 여인

낭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더래


바다에서 돌아온 지아비

소리소리 슬피 울며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지었더래

북풍 한설 내리치는 그 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는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이 피었나고

그 푸른 정절 시누대가 돋았더래

 


 

 오동도의 전설


비 뿌리는 오동도 바위 무리는


억겁 세월을 끼고


쇠잔한 공간에 매인


설운 사연의 전설 꼬투리


그것을 달래기엔


부족했던 그 무엇이


동백이 되었구나


                 1985.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