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서울로 갔다
깜깜한
오늘 새벽
아내는 서울로 갔다
눈을 부비며
임신 칠 개월
허기진 배를 감싸 안고
아내는
서울행 버스를 탔다
대한 민국
자그만 구석 배기 반성에서
스물 일곱 예쁜 세월을
행여 세상에 폐가 될 새라
눈가에 주름 하나 얹지 않던
아내가
아침밥 못 챙겨 미안하다며
내 손 꽉 잡아 눈물 재우며
목적지도 없는 서울행
버스에 쓰러졌다
어느 밤
꿈 팔아 돈 사자며 슬밋
오 백원짜리 복권 내민
내 눈물 언저리
비가 오려나
고랑이나 깊게 파자며
눈동자 땅으로 찍던
아내가
제 몫을 몰라야 살아갈 수 있는 무시무시한
대한 민국하고도 서울행
버스를 전세냈다
안 된다, 그러지 마라
내 입김을 모아 삼키며
손 모아 배 위로 가져 가던
내 아내가
이제는 아니라며
이제는 안 된다며
천리 길 아스라한
싸움길에 올랐다
서울은 이 곳보다
배가 더 춥다던데
아는 놈도 모른다는 그 모진 데를
지가 해 보겠다며
시퍼런
겨울 새벽
깃발 하나
노래 둘
배속에 감추고 갔다
그 모진 곳
대한 민국 서울 땅
대한 민국 구린 뱃속을
울며 절며 찾아 갔다
아내가 임단투를 위해 임신 칠 개월 배를 안고 서울로 향하던 날 새벽에, 이 글은 너 무나 쉽게 쓰여졌음을 고백한다. 1999. 11. 26.
담 배 피우기
어느 폐허로
넌센스?
속은 비어
죄다
받을 것 같고
줄 것도 같은
햇살 한 자래기 사냥 놀이
89, 4,26
In my high school days, I have once been to O-dong Island in Yeo-su. There I noticed a significant rock on which a sad legend had been inscribed. Then, it made me fall in a deep thought.
오동도의 전설
동백꽃으로 피어난 여인의 순정
금빛 봉황이 날아와
오동 열매 따서 먹으며 놀았더래
봉황이 깃든 곳에는
"새 임금님" 나신대, 소문이 나자
왕명으로 오동숲을 베었더래
그리고 긴 세월이 흐른 후
오동도엔
아리따운 여인과 한 어부가 살았더래
어느 날 도적떼에 쫓기던 여인
낭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더래
바다에서 돌아온 지아비
소리소리 슬피 울며
오동도 기슭에 무덤을 지었더래
북풍 한설 내리치는 그 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는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이 피었나고
그 푸른 정절 시누대가 돋았더래
오동도의 전설
비 뿌리는 오동도 바위 무리는
억겁 세월을 끼고
쇠잔한 공간에 매인
설운 사연의 전설 꼬투리
그것을 달래기엔
부족했던 그 무엇이
동백이 되었구나
198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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