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 is thicker than water."
어제 저녁 나는 수업을, 성연이는 청소를 마치고 월요일부터 진행해야 할 2010년 지옥의 중간고사 대비 자료를 준비하고 나서,
어머님댁에서 막내 동생 식구랑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를 계획했던 것은 후- 날려 보내고,
저녁이랍시고 먹으러 간 시간이 9시 10분, 하대동 '회스토아'-자타가 공인하는 값싸고 양 많으면서 회가 제일 맛있는 곳-에서
우리 식구만 너무나 푸짐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당연히 다음은 그리운 이들을 만나러 갈 순서,
어머님댁으로 향했다. 어머님은 곤한 잠을 청하고 계셨고, 막내 내외와 귀여운 새침떼기 수빈이는 말똥말똥 우리 식구를 기다렸나 보다.
12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 이런 저런 일 마무리에 잠자리에 누우니 오전 3시, 오늘 8시 30분에 일어나 야구하러 가야 하는데...
오늘은 꼭 던지고 싶은데... 요즈음의 버릇처럼 전전반측하다 에라, 눈을 뜨니 8시, 잠을 설친 탓에 정신이 몽롱하니 피곤이 온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야구하러 갔다 오려니, 온 식구의 회합에 늦을 것 같고, 안 가려니 마음은 오늘 꼭 가야 할 것만 같고...
대의를 따르리라. 막내에게 전화 걸어 아침에 봄바람, 꽃구경이나 하다가 12시 시간 맞춰 어머님 64주년 생신 축하 점심 파티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오랜만에 아버님 묘소에 들르기로 하고 보니, 내일이 청명 한식날이라, 참 절묘한 타이밍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버님과 동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예전에는 몇 주 전부터 청명, 한식날을 일부러라도 챙겼으나, 작년부터인가, 재작년부터인가 무심코 넘어가는 일이 버릇처럼 자리할 뻔 했다.
아버님은 언제나처럼 안정된 모습으로 희석이의 태권도 시범까지 박수로, 웃음으로 우리를 반기셨지만, 유독 오늘은 감추지 못할 기쁨이 묘소에 그득한 듯 했다.
이제부터는 아버님 실망시키지 않고 형제들 잘 아우르는 큰 놈 되겠다는 다짐 남겨 두고 진양호 봄바람 맞기 유랑을 떠났다.
12인승 스타렉스, 승차감은 떨어져도 온 가족이 한 차에서 즐거운 얘기 도란도란 나눌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몇 해 전 55km 걷기대회 참가했던 길을 거꾸로 돌아, 물내 산내 꽃내 사는 내음을 들이키며 금산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까지 한 20분이 남았다.
어머님과 성연이는 쑥을 캐고, 막내 제수씨는 애들 보고, 막내와 나는 어머님 케익을 살께요.^^
12시에 장어구이집에 입성하니 세째네 식구들이 오고, 마지막으로 둘째네 식구들이 어언 3년, 4년만에 들어선다. 다들 웃음으로 반겼다.
그만한 세월을 떨어져 있었어도, "Blood is too much thicker than water." 다시금 그토록 그리던 아름다운 봄날의 하루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밤 늦게 대전에 잘 도착했다는 막내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정가들의 겸연쩍음을 해소하는 못된 방법-마음에 작은 구멍 하나 만들 수 있는 심한 농담으로 어색한 분위기를 털어 버리려는 못내 고치지 못한, 허나 반드시 고쳐야 할 버릇-탓에 어머님께서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으신 모양이다.
큰 분위기에만 대응하느라 정작 주인공이시고 그 자리를 만들려 무던히도 노력하시고 그토록 간절히 원하셨던 어머님을 서운하게 만들었다니...
피곤한 탓으로 핑계를 대며, 오늘은 4년만에 예전 그 즐겁고 행복했던 시절을 되찾았다는 그 의미로 어머님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했다니...
아직 나는 작은 나일뿐, 어머님은 얼마나 서운하셨을까? 언덕배기에서 쑥을 캐며 어머님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며늘애기들과 쑥을 다듬고 얘기를 나누면서 어머님께서는 얼마나 내게 즐겁게 보이려 애를 쓰셨을까?
이번 기회로 좀 더 성숙한 큰 놈이 되어야겠다. 어머님이 한 해를 더 사셨다는 건, 내가 어머님의 큰 짐 하나를 짊어지는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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