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MAS EVE & CHRIST-MAS
크리스마스!
어릴 적, 그 시절에도 하느님, 예수님은 안 친해도 유독 크리스마스날만큼은 괜히 눈이 내리기를 바라고
친구를 찾고 꼭 카드는 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같은 묘한 심리가 있었다.
더군다나 그 시즌 즈음엔 부모님의 시선이나 마음보다는
눈만 내린다면 멀어지는 사랑도 꼭 다시 올 것 같은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랑과 나는 이브날 학원 광고지를 돌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같은 걸 믿을 나이는 훨씬 지났어도
마음 한 켠으로는 씁쓸했다. 함께 인태네 가게, '복세상'에서 복국 한 그릇씩 했다.
늘 고마운 마음씨를 보여주는 형수님! 학생들 맛있는 것 사 주라고 돈을 찔러 넣어 준다.
나는 행복한 사람!^^
그 날 저녁 학원에서는 케잌과 치킨 파티가 열렸다.
크리스마스날,
아침부터 희석, 지훈이 데리고 가 공부시키고
성연이는 광고일, 나는 컴퓨터 자료 뽑기할 생각이었다.
생각만으로 끝났다.
오후 4시, 어머님 모시고 희석, 지훈 데리고 한에듀가 아니라 목욕탕엘 갔다.
희석이는 탄탄하고 다부진 몸매인 데 비해 지훈이는 뼈만 앙상하다.
오랜만에 우림 식당에 가서 약풀 샤브샤브로 외식을 했다.
이 놈들 배가 고팠는 지 너무 잘 먹는다.^^
꺼-억, 영명이가 운영하는 명석 주유소로 향했다.
커피 한 잔 하며 들은 그 아프디 아픈 비밀로 간직해야 할 이야기.
과연 하느님이 계신다면 착하디 착한 그들에게 그런 아픔을 안겨줄 수 있을까?
온 동네 십자가가 그네들의 이웃처럼 추위에 파르르 떨고 섰는 크리스마스날,
십자가 아래 따뜻한 모자이크식 건물 안에서 그들만의 하느님,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는
크리스마스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하느님다운 하느님이 계신다면 다시금 저 빠알간 십자가에 이제 스스로 벌거벗고 매달려 계시리라.
고개는 떨구되 눈빛은 보란듯이 살아 계시리라.
이번 크리스마스도 내 마음속의 하느님은 어느 십자가에서도 보이지 않고
동물들, 식물들, 그리하여 모든 삼라만상들중에서
유독 인간들을 가름질하는 그들만의 하느님이 더욱 강해지고 더욱 많아지는 걸 느낀다.
혹 그들이 믿는 존재는 지구를 편 가르기해서 스스로의 멸망을 유도하는 외계인이 아닐까?
내 마음속의 하느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