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다시 월요일
2009년 12월 12일, 토요일 저녁,
우리는 그처럼 긴 시간을 돌고 돌아 드디어 만났다.
덕현 형님, 미현 누나, 현우를 제외한 세째네 식구들, 그리고 성연, 희석, 지훈.
눈에 보이는 대화만 오갔어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
노래도 함께 부르며 시대에 따라 우리가 이제 하나가 되어야 함을 확인했다.
후일의 아름다운 만남을 다시 준비하며 우린 헤어졌다.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 새벽 2시경에 잠이 들었다.
2009년 12월 13일 오전 6시 10분에 잠이 깨었다.
성연이는 함께 일어나 콩나물 해장국을 챙겨 준다. 헛개 나무 고은 물, 홍삼도 함께.
난 참 행복한 놈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아침밥을 먹고 나오는 팀원은 없음이다.
아침 7시, 농산물 도매 시장 주차장에서 팀원들을 만났다.
9시부터 게임이다.
짧고 설은 잠을 잔 탓에 머리도 무겁지만 오늘은 감독직을 수행해야 하는 터라 마음이 더 무겁다.
8시에 의령 학생 수련원 운동장에 도착, 스트레칭과 수비 연습, 타격 연습후 게임에 돌입했다.
1회초에 우리는 1점을 뽑았다. 1점을 더 낼 수 있었지만 정종현의 주루 실수로 인해 1점으로 그쳐야만 했다. 1회말에 2점 홈런을 맞았다. 프로 2군 출신의 좌타자였는데, 권영오 선발 투수의 실투였다.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의 호무팀이 아니었다. 2점만으로 1회를 마쳤다.
집중력있는 호수비의 결과였다. 2회초에는 2루타를 치고 타점을 올린 박동윤의 3루 주루 플레이 미스가 있었다. 그렇게 주자로 있을 때 집중하라고 주문했건만 아쉬웠다. 맥이 끊겼다. 너무 잘 치고 나가더니...^^
4-2에서 2회말을 맞았다. 다시 2점을 주었다. 3회는 무실점으로 처리했다. 3회말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고 나니
4회초에는 분위기가 우리쪽으로 왔다. 타순도 1번부터였고 2회까지 던지던 프로 2군 출신의 정평길이 3회부터는 나올 수 없기에 눈에 익은 나이가 좀 어린 투수로 교체가 되었다. 임경택이 3루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계속된 연이은 안타로 점수를 4점 뽑았다. 우리의 승리가 보이는 듯 했다. 정말 대단한 호무, 탑스팀의 투수 교체가 이어지고 우리는 6-4로 앞선 채 4회말을 맞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5회초 우리는 좋은 기회를 무산시키고 만 반면에 탑스는 교체후 컨트롤이 잘 잡히지 않는 조재영을 공략해 포볼로 나갔던 선수들이 포수가 공을 빠뜨리는 사이에 좋은 주루 플레이로 2점을 보태고 안타로 다시 점수를 보태 7-6으로 재역전이 되었다.
시간이 3분 남았다. 3분이 지나면 1시간 50분의 시간동안 게임을 마쳐야 하는 규정상 우리팀의 석패로 끝날 수 밖에 없었다. 만루에서 우리는 좋은 유격수와 2루수의 수비로 5회말을 끝내고 한 이닝 더 기회를 잡았다.
6회에 임경택이 3루타를 치고 나갔다. 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상대팀의 피처 보크로 우리는 1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지만 투아웃에 주자를 2,3루에 둔 상황에서 권영오가 친 타구가 1루수에게 잡히는 바람에 우리는
6회말 무실점 처리로 심지 뽑기로 우승 진출팀을 가려야 했다. 하지만 6회말 원 아웃에 3루 주자가 있는 사이 끝내기 안타를 맞아 분패하고 말았다. 그런데도 기분이 너무 좋았다. 프로 선수 출신이 2회를 던지고 3,4번을 맡아 게임을 펼친 탑스팀을 상대로 우리는 하나도 뒤지지 않는 어쩌면 내용상으로는 더 좋은 경기를 했으니까. 올해 최고의 경기였고 경기를 지켜보던 상대팀들도 우리팀의 실력을 감탄해 마지 않았다.
내년엔 반드시 우승을 할 수 있으리라. 잠을 설친 탓에 피곤했다. 세째집에 힘내라고 귤 한 박스 사다 주고
집으로 차 몰고 오다가 누나에게 조심해서 올라가시라는 메세지를 보냈다.
곧 누나의 마음이 전해져 왔다. 참, 정가들의 정이란...
안쓰러울 정도로 고마운 커피, 화장지, 바나나, 그리고 그 속에 스며있는 정, 그리고 희망... "감사합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자 했지만 왠지 해야 할 일 탓에 선잠으로 절실한 시간을 보내고 성연, 희석, 지훈이와 바른등 병원으로 향했다. 경모 형님이 목 디스크 수술하고 누워 계신단다. 어제 친구에게 이야기해서 치료비를 좀 싸게 해 달라고 부탁은 해 놓은 상태라 좀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뵈었다. 수술이 잘 끝나 이제는 걱정할 것 없다고 특유의 미소와 인자함으로 맞아 주신다. 8층 하늘 정원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정말 다행이다. 형님 아들놈, 조카인 현주가 병문안하러 왔다. 너무 착하고 멋지게 잘 자랐다. 게다가 너무 잘 생겼다. 참 많이 컸다.^^ 형님과 형수님의 천사같은 마음씨를 꼭 빼닮은 혜선, 민성, 현주... 너무나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기에 내가 뿌듯하다. 병원을 나서서는 호무팀 송년회 장소인 얼치기 냉면으로 향했다. 광고지도 한 웅큼 들고... 나도 많이 변했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나를 팔러 가다니...^^
단장에게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학원에 아이들 보내라고 연거푸 농담섞인 광고를 했다.
호무팀원들이 잘 이해해 주어서 또한 고맙다. 주위에서 도와 주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호무 후배 중 한 명인 벤자, 강윤조는 자기 와이프 학원에서 중 3들까지만 수업을 하니 의논해 보고 그 애들이 고등학교 가면 우리 학원에 가도록 해 준단다. 너무 고맙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들의 호의에 누가 되지 않는 가르침을 주어야겠다. 기분이 동한데다가 몸도 피곤에 절은 상태에 과음을 했더니 집에 오는 중, 대리 운전 기사옆에서 고개를 여러번 떨어뜨렸다. 그 때마다 희석, 지훈이가 보고 있는데, 꼿꼿해야지하는 생각에 다시금 몸을 추스리고 고개를 곧추 세웠다. 집에 들어와서는 그냥 쓰러졌다. 그렇게 피곤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일어나니 월요일 새벽 6시, 다시 잠을 청했다. 아이들 학교갈 때 잠시 일어났다가 다시 누웠다. 오전 10시경, 이제는 일어났다. 개운했다. 탑마트에 들러 누나의 마음 챙겨 들고 환하게 한에듀에 들어섰다.
진오는 아프다고 연락이 왔고, 희훈이는 시험을 저번 시험보다는 잘 치른 모양이다. 내일 영어 시험 대비를 마쳤다. 100점! 기대해 본다.^^ 다시 금연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경모 형님은 병원에 입원한 김에 금연하시라 말씀 전했었는데, 힘들겠지만 나도 다시 금연해야겠다. 내일은 어머님 모시고 치과 갔다가 성연이와 금산못 한 바퀴 산책하고 와서는 한에듀 가기 전에 경모 형님 병실에 책 한 권 넣어 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