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DIARY

후배 박성춘의 죽음

ENARO 2009. 10. 12. 17:26

오늘 오전 서울 메가에서 11시 수업을 마치고 폰에 온 메세지를 확인하였다.

중학교 동창이 보낸 부고 메세지가 있었다.  나와 특히 관계가 없는 사람의 죽음을 알리는 단체 메세지 정도로 생각했다. 박진영인가, 박영진인가의 동생이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어, 이름이... 순간 뇌리를 확 훓고 지나가는 생각... 호무 야구팀 회장 이름이 바뀌었었지. 아직 친숙진 않지만 그래, 박진영이었어. 그러면, 호무팀 소속 후배이자 그 착하디 착한, 이 세상에 법 없이도 살 그 사람... 박.성.춘. 그였다.

오늘 아침 불의의 변을 당한 사람은 바로 그였다.

이제 나이 40,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그 착하디 착한 마음탓에 혼자서 세상을 버티고 살더니만,

오늘 새벽 경찰 순찰차가 그를 거리에서 발견하고 병원으로 데리고 온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어쩌다 그런 변고를 당했는 지 정확한 내막을 알 길이 없다.

오늘밤 수업후 조문 가보면 자세한 내막을 들을 수 있겠지.

인생사가 왜 이리 찡한지... 올 해는 유독 선한 사람을 데리고 가는 해인가 보다.

그가 그랬고, 또 그가 그랬고, 또 성춘이가 그러하다.

꼭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그 놈이 아니더래도, 주위에 지천으로 늘려 있는 못된 사악한 무리는

버젓이 지 잘난 맛에 세상을 이 시간도 누비고 다닌다.

통탄할 노릇이건만, 나도 악한 탓에 이 세상을 버팅기고 있는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놈들을 닮을려고 해도 유전자탓에 닮을 수도 배울 수도 없다.

조금 배웠다는 생각이 들면 그 놈들은 어느 새 저만치 달아나 있다. 영원히 그 방면에선 따라잡을 수 없다.

세상에 충격을 주는 방식이라곤 노무현, 그처럼 몸을 날리는 건가?

그럴 용기가 있다면 다시 한번 더 배워보련다.

하루 종일 마음이 퀭하다. 불과 멀마 전 한가위 맞이 축구를 하고 저녁에 그를 우연히 만났었다.

가족들과 맥주 한 잔 곁들이며 얘기나 좀 나눌까 싶어 코사 마트에 들렀을 때 그는 그 특유의 친절함과 상냥함으로 나와 집사람에게 인사를 건냈었다. 추석 잘 보내라는 인사를 건네는 그의 때묻지 않은 미소에 나와 집사람도 인사를 건냈지만 그게 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리라곤, 그를 보는 마지막 모습이라고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는 형님 애들 저녁에 목욕탕에 왔던데요라는 말도 전했었다. 아마 막내 동생이 목욕탕에 데리고 갔을 때 만났던 모양이다. 애들 보고 목욕탕에서 후무 야구팀 아저씨 보고 인사 했느냐고 물어 보니, 나가실 때 보아서 인사를 못했다고 했다. 다음에 보면 무조건 크게 인사드려라고 했었는데... 야구장에서도 늘 양보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그에게 너무나 잘못한 면이 많은 것 같다. 그도 야구를 즐기러 왔었는데, 편한 마음에 무조건 그에게 양보를 요구했었던 것 같다. 오늘밤 그에게로 가서 용서를 구해야겠다.

그에게 만큼은 용서를 구하고 싶다. 다른 이들도 그에게 이런 느낌일까?

이 너머에 진정 다른 세상이 있다면, 그리고 망자를 인도하는 존재가 있다면, 꼭 좋은 곳으로 모시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얼마전 돌아가신 그의 어머님과 행복하게, 이 세상과 다른 꿈을 꾸는 곳으로 가길 바란다.

박성춘! 그대!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