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시합(파이오니아전)
'주리그' 최강호 파이오니아와 일전이 있었다.
어깨가 아팠다. 하지만 선발로 나가라는 베품을 무시할 수 없었다.
모양새가 이상할 것 같았다. 전에 감독할 때 내가 우리 동기들에게 그런 핀잔을 주었으니까. 세상은 돌고 돌는 거라는 걸 여기서도 실감을 했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 빨리 내려오리라 마음 작정하고 마운드에 올라섰다. '1점만 주면 내려오면 되지'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공을 던졌다.
다행히도 상대편 선수들이 초반에 공을 쳐주고 우리팀 선수들이 수비를 잘 해 주어 무실점으로 1회를 끝냈다. 하지만 그게 화근이었다. 2회부터는 상대팀 선수들이 뱃박스안에서 밀착하여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더군다나 스트라�도 잘 잡아 주지 않았다. one 아웃 잡고 만루상태까지 갔는데 도저히 마운드에 서 있기가 민망했다. 결정적 실수는 4회에 나왔다. 이전에 심판의 잘못된 보크 판정에 의한 시비로 잠시 흥분을 한 나머지, 1루를 보면서 마지막에 공을 빠뜨려 2점을 그냥 준 것이 우리팀의 결정적 패인이었다. 결국 나로 인해 그 중요한 게임을 망쳐 버렸다. 감독은 왜 나를 그 중요한 게임에 기용한 걸까? 전 감독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생각하는데 어제 게임은 정말 아니었다. 하긴 1루 자리에 감독이 들어가기가 머쓱했을것 같다. 그렇지만 지난 주 게임에선 나 대신에 투수로도 들어가지 않았던가? 오늘 나의 예상은 1회만 던지고 나오는 것이었는데,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너무 아쉬운 경기였다. 그리고 내 마음이 조금 흥분 상태가 되면 나는 늘 게임에 결정적인 실수를 하곤 했다. 그 공만 잡았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경기였는데... 아마 평생 오늘의 경기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늘따라 어깨가 유달리 아프다. 경기를 보기 위해 온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