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OREAN POEMS

ENARO's POEMS 7(낮잠/푸념/철로 교차로../사모)

ENARO 2008. 5. 21. 18:18

   낮       잠


아무도 태어나지 않는다

둘이면 둘

다섯이면 다섯

하늘에서 부어내리고

하늘로 지어 올린

세상 디자인 속에서

영혼에 물기 적시고

바람등에 업혀 참한 세월로 가선

그리운 이를 만나다가

비누 방울 원 둘레를 생긋 돌다가

어디든지 내려 앉는다

 

아무도 죽어가지 않는다

둘이면 둘

다섯이면 다섯

아무도 죽어가지 않게

안에서 안으로만 맞대이며

몸적셔 티끌 털고

하늘 가는 빨래 마냥

드러나지 않게 고야운 향으로

부벼대며

음영으로 결박지어진

삶 그림자

공간은 울타리가 낮을수록 좋다


눈 비비면

둘이 셋이고

다섯이 넷이고 하여도

태초 그대로의

쬐금도 갉아낼 수 없는 영역

아, 정말 깨이고 싶지 않아



              1989, 5, 4.



     푸   념


내 디딘 발바닥을 사랑하시오

묻고 있다

물기 없는 땅

흔들리는 나무를 심장에 꽃고

내 불어터진 눈알을 쥐어 보시오

다섯 손가락 마디 마디

꽉 끼어라도 보시오

내 머리는 갈대마냥 어리석고

내 언어는 누구 말처럼

말라빠진 후레 빛깔이요

아버지는 노동을 오늘도 나가시고

어머이도 사랑은 밖이라 하오

그래도 사랑안에서

詩 나부랭이 지줄대는 내 마음을

하늘 저멀리 당신은 아오

내 여린 친구 놈

소주 막 잔에 닭똥집 안주 만큼이나

정겨운 女人도 간다 합디다

세월 탓에

골목이 휘청거리도록

노래를 부르며 나는 서 있소

내 디딘 발바닥을 사랑하시오

묻고 있소

내 살아가는 의미를


                    1988, 11, 6.



  철 로  교 차 로 에 서


X자 길목

기차는 과거를 잃고 헤메다 서다

詩人은 전설만 향한 채

한 줄도 꺼적여대지 못하고

기막힌 아우성

바다로 가고, 산으로 가고

제각기 누울 터를 짖으며 떠나고

아, 여름인가보다


X자 길목

운명처럼 모였다 갈라졌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잡히지 않고

서성이는 오후, 과거는

역전에서 마른 햇볕 쬐이며, 애타게

2박 3일을 기다리고 있다

부서진 상실의 쓰레기만 주위를 배회하고


X자 길목

검게 탄 여름 이웃들이 함께 모였다

흔들리며 아우성치며

제각기 떠났던 사람들

또 각자 텅빈 배낭을 챙겨 귀향 열차로

떠난다, 과거는 매섭게 버려진 채

그네들 머리로 담겨지지 않고


구겨진 여름

詩人의 가슴만 시리고



                 1987, 8, 3.




사    모


벽을 향한 채

저물어 가는 인생이어도 좋다


내 말라가는 몸짓이어도

네 사는 길이라면


아예 눈을 감아도 좋다



             1989, 12, 10.